바다

2008년

蓮 姬 2013. 3. 21. 20:26

 

 

 

 

 

epilogue /12월 20일

 

절반의 포기를 날려보내면서
그 절반을 다시 끌어안아야 하는 것 들

 

빈 그림자조차 밟을 수 없는
그...그만 이라던 교만은

 

시공의 덫에 걸려
상심의 바다를 표류한다

 

정체성의 흑백이론이 너무 무거워
쇠잔해 있는 자신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이미 나는 또 다시
비움의 순리를 퍼다 나르고 있었다  


봄...
서울의 병원을 오가면서도
쨤을 내어 담아 둔 매실주

 


지난 밤
그 단지를 비울만큼의
욕심으로 들이마셨던 순수의 축배도

 


허상의 위상과
멈추어버린 행열속의 고독이 되어버린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만나야하는 인연들

 


좋고 아름다운 것 만이
인간다운 것 은 아니다

 


정체성의 무리에서
어느 자리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에 따라

 


우린...
그 정체성이란 무게를
가볍게 때론 무겁게 짊어져야 하는 것 이기에

 


존재의 무지
실체의 무지를 깨닫기까지의 끝이 없는 행로는

 


오늘도 어쩌면...
빈그림자만 밟고 있는지 모른다

 


한 해를 보내며 ...

 

 

 

 

 

저녁단상 /11월 28일


외출나온 아들넘 덕에
저녁을 이 것으로 대신한다

 

피자 한 조각이면 질리는 것을

오늘 두 조각이나 손이 간다

 

배는 불러도 속은 와리 미시껍냐 시방
니글니글 거리는게 찝찝하다...

대략난감 이 것도


아이들은...
왜? 이런 이상한 것 들만 좋아할까


내일은 시장가서
떡볶기랑 순대 사와서 먹자고


누워있는

내 허리를 슬며시 베고 드러눕는

녀석과 합의를 봤다 ㅋ

 

그 이윤... ㅎ

티브에서 떡볶기가

아주 맛잇게 보였기 때문 ㅎㅎ


낼 아침은 말이당~
씨락국 끓여서 담백하게 먹고
점심때 그러자잉? 했더니 오케 한다


스트레스 받아서 열라 쨩 났는데...


"엄마 보이 편하고 좋네 ..." 

중얼거리는 녀석이

나의 팔짱을 끼며 앵겨붙는 녀석이

징그럽다기 보다는 왠지 이뿌다^*^

 

 

 


 

 

 


 석촌호수/ 8월 12일 

 

 석촌호수 근처의 식당에서

 밥 먹다 먼 짓 이여...? ㅋㅋㅋ  

 



 저녁 후 석촌호수를 돌며

 







속이 메시꺼워 못 나가겠다는

그녀를 끌고 나갔더니
날은 덥고...
배는 부르고...
그래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으네 





 

8월 8일 

3차 항암치료 후
힘이 들었는지 내려 올 수 없다는 그녀


9일 시어머님 제사 지내구
담날 일요일
무더위에 지쳐 짜증만이

온몸을 기어 오르던 날...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기를 몇번
그러다 보따리 챙겨서 상경


잠을 자다가도

문득 울컥 거리는 가슴을 달래지 못하구...


둘 이서 사우나를 왔다갔다 하다
내 등을 밀어주는 손길에

그만 또 가슴은 치 솟는다


히노끼탕에 얼굴을 담그고
붉어지는 내 얼굴을 숨기다...


차 오르는 가슴을 달랠 수  없어서 그만 또 ...

 

이상하다...?

이 번엔 왜 이렇게 가슴이 치 오르는걸까..

 


 

 

 

 


 

여름행사 /7월 30일

 

어둠은 내려앉아
무거운 침묵만이 주위를 휩싸고 있다

 

별은 그 침묵위에 떠 올라 있지만
하늘은 어둠속의 청초함을 띄운채

초롱초롱 빛난다 

 

돌아도 돌아도 끝이 없는 산과 산은
혼자서는 늦은 시간에

오가기가 무서운 곳 이라서

 

시고모님은 뒷자리에 타고서도
연신내내 염려하시는 모습이다

 

워낙이 깊은 산 중 이어서인지
운문댐이 들어서고 산을 깎아 새 길이 나고서는

 

낮에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
호수와 더불어 더 없이 아름다운 곳 이기도 하지만

 

깊은밤엔
차량들의 통행이 너무 뜸하고
산세가 깊어서 음침한 곳 이기도 하다

 

어떤땐...
늦은시간 집안행사를 마치고 혼자 올때는


너무 긴장해서
백미러에 무엇이 나타날까 쫄기도 했던 적도 있었다 ㅎ

 

무더운 여름의 음식하기는
아주심한 인내를 요구한다

 

제사 음식은 거의 굽고 튀기고 하는 것 이라
불 앞에서 아예 포기한채 묵묵히 하다보면 되지만

 

이젠... 연식 탓인지
열기를 마시다 보면 숨이 턱 까지 차올라
헉... 한마디로 돌아가시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기마련이다 ㅎ

 

저녁 후 12 시를 기다리기 까지
자리깔은 마당에
작은 어머님 두 분은 아예 누워버리시고

 

동서와 우리들에게
작은아버님께서는 수고 하셨다고
션한 맥주를 사 주신다 


시댁에서의 음식은 맛 있다
모... 특별히 요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결혼하고 나서부터 편하게 잘 먹게 되었던 것 이지만
특히나 제사 음식은 늦은 시간이라도 꼭 먹고 가게된다

 

이젠...배둘레헴이나
여자라서 햄 볶아요~~~~~~~ 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니깐 ㅋㅋㅋ

 

근데 끝이 아니다
열흘 후 에 또 다시 가야 한다는 것 이다
여름행사 한 번더 남아쓰~~~~~~~

 

음~ 이제
어제 가져온 나물이랑 음식


친구오면 같이 쓱쓱 비벼 먹어야야징~
시고모님께서 어젠 특히나 더 많이 싸 주시던뎅ㅋㅋㅋ

 

 

 

 

 

부질없음도 /7월 23일

 

대화가 주는 것 들의
신비스러움을 외면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삶의 신비 그 자체를 스스로

등 돌리며 살아간다

 

샘물처럼 솟아나는
대화의 영양가를 마시지도 못 하는 사람들

 

중요하게도 그들은 모른다는 사실을 ㅎ
그래서 슬프기도 한 일상의 단편

 

자기최면의 사슬에
스스로 목을 걸어
영양실조의 비틀거림에 젖어간다

 

그로하여 당연시 되는
대화의 단절이 주는 도시의 일상

 

갈증의 도시에서
그들은 꽃이 피기를 원하지만

 

이제...

도시의 꽃은 종이꽃이 되었다

 

세상은... 삶은
그리고...인간들은 피폐해져간다

무감각에 젖어

 

그 후유증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대화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흔히들

그것이 탈출구 인줄 알지만

그건 명백한

자기최면의 실수인 것을 모른채 말이다


인연의 테두리 우주
우주의 중력으로 갖혀버린 인연은

 

의지와 순리의 순환으로
동아줄같은 우주의 인연을 심어준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우주의 이야기는
비움과 부질없음에 무릎꿇는다

 

언제 우리는
우주의 이야기를 심을 수 있을까

 

돌아서가는 등 뒤에서도
이제는 웃어야 하는

순리와 연륜의 우주는 넓다

 

우주에 갖힌 인연의 고리
이제는 꽃 피워야 할 때

 

홀로서기도 부질없음도
우주안의 사랑인 것 을 알기에 말이다 

 

 

 

 

칠월에 /7월 11일

 

칠 월을 시작으로 진행된 더위는
급기야 갑작스런 폭염으로 꽃혔다

 


참을 겨을도 없이
아침부터 에컨을 돌려야했다

 


당췌 엥간하면 참을 수 있건만
쩝... 이건 도대체 안된다

인내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그러다...
이젠 좀 면역이 되었지...?

 


근데 아니다...
아예 방바닥에 엎드려 포복을 한다

 


것두 선풍기 풀 가동 시켜놓구
엑스레이 찍다못해...

어느날은 시체놀이 돌입하기도 했다

 


훌러덩 벗은 차림으로
잠깐이라도 현관문을 나설때면
옷 갈아입기 귀찮아서

볼 일도 포기하며산다


오늘
며칠만에  가져 온 우편물을 뒤지다

 

어청수가 보내온 편지에
아니쥐~ 사실은

아들넘 이름 때문에 눈이 꽃힌게라


참고로 어청수란

경창청장 이름인가 보더라

아흐 더브라...

 

석 장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를 읽구선
그만 뚝...  뚝... 눈물 흘리고 말았네
더운것도 아랑곳 없이 소름만 끼친다

 

지난 5월초부터 시작된 전투?에
길거리나 차에서 날밤을 새우며


뜨거운 지열을 받아가며

복무에 임해야 하는 현실과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아들넘은 행정직으로 그나마 다행이라
서울까지 끌려?까진 않았지만...

 

내 아들 남의 아들
어디 다를 것 이 있는가


모두 우리의 아들들 인것을 말이다...ㅠㅠ
부모들 마음을 생각하면 나도 속이 다 타그망


"전의경의 안전 경찰이 책임지고 지키겠습니다"
문구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로...

 

어떻게 지킨단 말이고...?
믿으란 말이삼...?? 뒷말 생략...


 

 

 

 

 

유월 /7월 10일

 

눈부신 오월과
잔인한 유월을 보내고 난 뒤의 고요는


길거리의 가로수와
이미 피어버린 꽃들에

대한 놀라움으로 시간을 감지해야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으로 버티던 깡과 태연함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는지


어쩌다 보내오는 메세지에서
나약함을 표출하기도 하여 안스러움과
무능의 한계를 통감하게도 한다

 


그래도 그녀는 씩씩하다
첫 항암치료의 후유증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이제 머리 밀고 촛불집회 가얀다고..."

죠크를 던진다
그래... 그렇게 여유있게 사는 것 이 좋지...ㅠㅠ


군에간 아들넘이
두 번의 휴가를 나와서 들어갈 때에

 

딸 아이와 나는 속삭이며

 

"휴가 이제 안오면좋겠다..."

"맞제맞제?~~~~~~~~ 응"


그러구선 키득키득 ㅎㅎㅎ

그랬었다 우리는...


군에 보낸지 이제 몇달 되엇다고
벌써 이러는가...?


그 곳에 두고 오면서...
내가 흘린 눈물이

얼마이던가 말이다 ㅎㅎㅎ
스스로 내가

얼마나 간사한지를 알게한다

 

촛불집회에...
광우병파동에...


전경과의 전투?
시민과의 전투아닌 전투에

전경으로 간 아들녀석이 걱정되지만


행정직으로 가 있는 것 이
내심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주말이면...
어쩌다 찾아가


점심대용 간식을 전해 줄 수 있는것이
엄마로서의 소 일거리 이기도하다


때론...불편하고 하지만
그나마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은걸 어쩌랴~
이 온전하지 못한 시국에 말이다 

 

근래에

폭염으로 사람들이 쓰러져간다


정말 아쉬울 것 없는 시대에
환경의 발전이 최고치를 달해가는 시대에


더위로 사람들이 쓰러져간다니...
이렇게 우스운일이...


이제 지구는

열병에 시달리고 있음이야
아마도...
병들어가는 지구가

내동생보다 더 아픈 것 같아...      

 

다음주...
두 번째의 도전을 시행하고 오는 동생을 위해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을 짜면서


집안에 그늘을 잔뜩드리운 오월의 슬픔과
묵묵히 머물러야했던 유월을 돌아보며...


그녀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전처럼 화사한 웃음으로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머물러 주기만을 희망하며...

 

 

 

 

 

삼성의료원 /6월 18일

 

지금 삼성의료원
마지막 진료 하는 날...

비 는 참 진하게도 내린다
멀리 흑빛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통유리 너머...
시야 가득 들어 온 모습에

마음을 잠시 내려 본다

무색의 하늘에

흩날리는 빗줄기를 보며
아려오는 가슴을 외면하려 하지만...
이미 마음은 빗줄기를 따라 흩날린다

또 다시... 나는
침묵으로의 깊고

무거운 대화속으로 빠진다

이른 시간부터 대기중인 시간들을
이 곳에 쭉 퍼질러 놓으며

이 곳 삼성의료원
암 쎈타 4층 휴계실에서

병에 대한 서글픔 보다는
가까이 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하게 받아들여진다

아직 3 시가 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아침부터 쫄쫄 굶고 있는
동생의 기분과 행동을 컨닝해 가면서

그냥 대기 중이다
현재의 나는 ...

 

참으로 초연한 모습으로
어쩌면 능청 스럽기까지 한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환자인지 아닌지 깜빡할 때가 많지만...

좀전 1층의 로비에서
뜨게질을 하며 앉아 있는

나에게 다가서며

긴가민가 하며 ...
내 눈치를 보며 다가서는 친구를 만나서

음마야~ 너!!! 하며 놀랐지만
세상 참나 예서 친구를 만날 줄 이야 ...

반가움은 잠시
이 곳에 왜 왔냐는 질문과...

친구 옆지기의 항암치료 후유증과 심각성에
내 기분은 조금 다운 되어있지만...

아직은...
나의 감정도

동생의 감정도 정리가 되지않은
신호대기중인 상태라... 난감... 엄청난감...ㅠㅠ

빗줄기를 보며...
오늘 이 시간...
이 느낌... 이 기분... 어찌 잊을까...

내일...
우리에게 다가 올 것에 대한
삶의 비밀을 덮어두며

아직은 펼쳐 보이고 싶지 않은
소중한 시간들이 너무 많기에...

 

아무 것 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말 없이 그냥 거기 그 곳에...
서 있어야 할 뿐...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야 합니까......ㅠㅠ

 

<신촌 연세병원 옥상 공원에서 ... >

 



5월26일 삼성의료원 암쎈타 입원
27일 상경 28일 수술
6월 6일 준 4박 5일 휴가
9일 2차 신촌 연세병원 입원
11일 상경
18일 삼성의료원 마지막진료
19일 연세병원 퇴원
23일 첫 항암치료

병원에서 만났던 고운 사람들과
내 사랑하는 친구의 아름다운 배려에

평생 잊지 못할
고마움을 전 하며...

이 세상엔...
아직도...
많은 신뢰와 격려가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존재 /2월 3일


이유 또는 변명이란 말들로

장식을 하기엔
무의식의 사유가 너무나 컸기에...

그 어떠한 것들로도
나를 대신할 수 없었다

다만...
가끔씩...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허공상태에서의 침묵과
짧은 의문만이 나를 대신 할 뿐...

확신컨데...
그 누구의
관용적인 이해조차

나를 위시한
그 어떤 이유도 필요치 않았다는 것

이 부분에선
나 스스로도 적지않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연기처럼 번지는
그것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

어느시간...
연기처럼 피어 오르는 그 것은

관용과 관심의 이유와 형체로
비난의 변괴와
질타의 무리수를 받아 들이고도

 남을 것 이겠지만

궁극적으론
나 스스로 감수 하겠다는 의지가
그 것들에 대한 분노와 당당함으로
나를 머물게 하는 것 임을...!

타인으로하여
왜곡되어 지는 것들도

내 몫이자 댓가이다

굳이...뭘
무엇을 야기하자는 것인가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환상
사람에 대한 환상
사랑에 대한 환상
언젠가 깨어질 것들에 대한
무모한 환상으로 존재하자

이제 우리는 남아있는 시간을 만들며
우리가 머무를 시간을 만들어야한다

이렇듯 침묵과 외면으로 등 돌리기엔
우리들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음이야

무의식의 시공과 

의식의 시공은


사유와 이유를 벗은채
내 부재의 바다로 흘려야한다

잠자다 일어난 달님은
나의 혈관을 따라 빠르게 적신다

외롭고 힘들었던
고독과 방황의 시간은 이제 멀다

구석에 밀어두었던 클래식을 찾는다
평온과 고요에 젖어든다
회귀본능의 충족과 안도감을 느낀다

내 고독과 외로움
방황의 시간을 농락한

홀로서기의 허수아비

여린 감성으로
두 팔 벌린 허수아비의 노래를 들었는가...

홀로서기와 사랑
그 끝없는 노래를 부르며

존재하며
사랑하며 또 존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