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보내리라... /12월 31일
흘러가라...
흘러가리...
흘러가리라...
나 또한 보내리라...
정경.../7월 23일
89.7
라디오를 켜면 언제나 여기에 맞추어져 있다
잔잔히 낮게 흐르는 음악 그 선율을 조용히 따라다니면서
세탁기를 돌리고
효소 담은 것 들을 점검하고 베란다 물청소를 한다
가스엔 약초를 달인다고
아침부터 불이 켜져있고
냉장고 한 켠에
좀 오래되었네? 하는 방울토마토를
오늘은 작정을 하고 손을 뻗었다
요즘 대추방울 토마토는
껍질이 질겨 그냥 먹기 도저히 안되구
갈아서 먹을 수 밖에 없어
하 나 하 나 껍질을 벗기면서
마주보는 딸아이 방엔 새벽까지 뭘 했는지
아침을 잊은 채 길게 늘어져있는 모습과 함께
딸아이 다리끝에 드러누워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골아 떨어진 강쥐를 보니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볼 수록 웃기는 폼 이다
그러다 아주 미세한 소리에
눈을 떠고선 나와 마주치더니 다시 눈을 감는다
그래... 자라 자 실컷 자라 자
혼자선 절대 눕지 않은 녀석 꼭 누군가의 등이나 엉뎅이 다리 등
신체의 일부에 비비대고 들이대는 녀석이다
낮게 흐르는 음악에 두 다리 가지런히
얼굴을 45도 각도로 붙이고선
너는 일해라
나는 잔다...
그의 연인이 되어줄 수 있다 /7월 22일
그 곳에 가면 그는 언제나 나를 반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나 변함이 없이 나를 반긴다
어느 애인이 이처럼 말없이 조용히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겠는가...?
때론 그를 마주보고 소리없이 울기도 했었고
그와 함께 힘듬을 함께한 시간이 더 많았다
그에게 의지하고 그와 대화하고
절대로 그의 앞에선 교만함을 가지지 않는다
그는 내게...기쁨과 희망을 주었고
인내와 용기를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변함없는 그를 한 일여년동안 외면했더니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다시 그를 찾게된 나는
변함없는 그의 사랑과 애정으로 지친 육신을 회복하게 된다
이렇듯 그는 변함이 없다
이보다 더한 애인 있음 나와보라구 혓~
그래서 좋은 것이고 그래서 즐겨찾기 하는 것이고
그래서 믿음이 가는 것이고 그래서 어쩌면 애인 일지도 모른다
산에 간다니 누가 그런다 산에 앤 있냐고... 헐
그래 어쩌면 그가 나의 앤 인지모르지 ㅎ
이런 애인 있다면
난 당장 그의 연인이 되어줄 수 있다
느리다는 것 /6월 25일
하루가 흐르는 물 처럼
일상이 고요하다
근래들어 자주자주 밤잠을 설친다는 것과
맞이하는 아침이 조금 피곤하다 그렇게 느끼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외엔
언제인가부터 누워있어도 아파오는 허리통증엔
어찌 감담할 방법이 없다
이 주전에 검사한 위내시경의 경과로
일주일치 약을 먹은 것외엔
이렇듯 위험한 일상을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내 아둔함의 깊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차일피일 그러다보니
일주일은 또 후딱 지나버리고
내일은 꼭 가야지 하구선
자고나면 또다른 이유가 앞을 가린다
나이듦을 느끼는 사유가 수용을 하면서도 심기불편하다
일을 진행하는데있어 과거보단 상당히 느리다는 것을 알고나서
세월의 위력을
젊음앞에 떨어진 꽃잎을 실감한다
이러한 이유로인지 순리를 앎 인지
느리다는 것 고요하다는 것
평온의 유희를 공유하며...
그 곳의 풍경 /5월 29일
부처님 오신 날~ 공원묘지로 진입을 하자...
숨겨놓았던 아련함은 가슴을 치고올라와 목구녕에 걸린다
작년 여름에 이어 오늘 뵈오니
억새며 산딸기 노란꽃송이가 밭을 이루었다
낫을 들고 이내 작업을 시작하는 제부
잔을 올리고 인사를 올리는데
아련함의 무게에
머리는 자꾸만 숙여지고
어머님앞에서
가슴속의 약속을 되내어본다
꿈속 먼길 그렇게 두 번이나 오시어
암시적인 모습을 보여주시고...
아버님뵙고
어머님산소곁 그늘에 자리펴고
커피를 마시며
쑥떡과 준비해간 음식을 먹으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즐긴다
내려오는 길
제부의 제안으로 가까이에 있는 관음선원에 들러
부처님 오신날 인사드리고 비빔밥 한 그릇씩 먹고
일손 모자란다기에 설겆이 해주고
커피 한 잔씩 들고 마당그늘에 앉았다내려온다
돌아오는 길은 늘...그렇다
이제가면...
언제 또 올까하는 마음이 가득하고 ...
냉정과 평온 /4월 9일
냉정과 평온을 오가며
짧은 냉정과 긴 평온의 시간은
하루 하루
평온으로 마감하기를 반복한다
수술 하는 날 아들녀석과 딸 아이는
당연한 듯 병원으로 나선다 흐흐 기특한 것들 우얀일인지 ㅎ
수술대에 누워
흠칫! 두려움이 전신을 흐른다
다시는 오르지 말아야 할 곳
수술이란것 살면서 두 번 겪지 않아야 할 것들
그렇게 살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득안는다
간단하다고 했지만
무려 한시간 반 이나 소요되었다
냉정으로 겹겹이 포장을 한 진실이란 것은
틈만 나면 삐져나와 스물스물 오장육부를 뒤집기도한다
잠시 냉정을 뒤로한 채
흐트러진 평온을 주워담는다
진실은 그래서
때론 독과 같은 것
평온을 둘러싼 냉정
냉정속의 평온
진실속의 침묵
냉정과 평온을 오가며
평온의 안주에 누워 봄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