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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2007년

by 蓮 姬 2013. 3. 21.

 

 

 

 

 

커피향에 몸 적시며 /12월 21일

 

커피믹스 두 개를 한꺼번에 풀어
새로 산 머그잔에 진하게 태운 뒤

선반에 있는
매끈한 접시를 집으려다

도자기 배울 때 만든

울퉁불퉁하고 멋 없는 도자기에 비스켓을 담아 컴 앞으로 가져온다

며칠전 딸아이와 쇼핑하면서 백설공주 씨리즈로 된 머그 잔을
딸아인 아주 강렬한 붉은 색상의 그림을
나는 고르다 고르다 부드러운 색상의 것을
둘이 각각 각자의 것으로 골랐다
니꺼 내꺼 하믄서 ㅋㅋㅋ

이 것 고르는데도
얼마나 많은 갈등과

시간을 투자했는지 암튼 이뿌다 ... ㅎ

가끔...
비가 온다거나

기분이 꿀꿀 할 땐

혼자만의 커피타임을 가지기도 하지만

오늘... 드물게
아주 진한 커피로 몸을 적시며

 

  <충주 경찰학교 면회 갔을 때>

 




오늘 대구로 이동한다는
아들녀석 생각에 함께 젖는다

일주일 전 면회 갈때의 그 기분과
오늘의 기분은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하는 말
요즘 들어 부쩍 실감 하는 말 이기도 하다

240명 전경 중에
10명이 대구로 발령 났다는데
암튼 이 녀석은 어릴때 부터
운이 좋은 넘이다 지금 생각하니

논산 데려주고 올 때 저 잉간 어떻게 견뎌낼까...

부실해서 다시 빠꾸해 오지 않을까
모 간혹 되돌아 오는
불량감자도 있다고 하길래 내심 걱정 걱정...

일주일 전 중앙경찰학교로 면회 갔을 때의

그 모습은 아니 그 시간은
마치 신 들린 아이처럼 아들녀석은 면회 시간 내내

혼자서 이야기 하느라 입에 침 막 튀기고 ㅋㅋㅋ
왜냐믄 원래 말이 없는 녀석인데 문 세상이 확 바뀌었는지 ㅋㅋㅋ
그저 혼자서 신나서 이야기에 이야기에 줄줄줄

증말루 웃긴다 한마디로

놀라운 건...
어떻게 해야 스스로 살아 남는 다는 것을

안다고 하는 말에 사실 많이 놀랬지만...진짜 놀라운 일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아들녀석과 마지막 포옹을 하면서
무늬만 엄마인 나는
또 울먹이고 말았다

차창 밖으로 보는 아들넘이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생략

"당신이 우니깐 그러지..."

면회실에서 부터 딸뇬은 나를 씹으며
"엄마 또 이따가 징징 울거제? "
나를 두고 번갈아 가며 실실 쪼개며 웃는다

그런 녀석이 징그럽게도

대구경찰청으로 발령 났습니다 ㅋㅋㅋ
이그 왠수~
집에서 15분 거리

 

좀전에 아들넘 대구로 이동한다면서 전화 와서
"엄마 집에서 출퇴근 하도록 해돌라 하까요? "

"헉 ~ 미치 안돼 야아~ "
" ㅎㅎㅎ 알았어요 "

훈련소생활 힘든거 맡아서 하니
소대 중대 장들이 잘 챙겨줘서 편하기도 했다는 아들넘

멍청하기만 하다고
끝내 못 미더워 했던 녀석
지 단도리 지 하고 잘 살고 있어서 얼마나 안심인지

 

 

 

 




외롭다는 건 /11월 30일

 

되도록이면 바쁜 척
그렇게 보내려 했다고나 할까...

산에도 가고
아이쇼핑도 하고
스스로 혼자있는 시간을 피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거나
그래야 할 경우엔 좋은 방법이니깐

아이를 보내고
한 동안 그렇기를...

그렇다고
우리 모자간의 관계가

돈독해서는 절대 아니다

난 사실 아들 보다는

딸을 더 좋아하니깐 ㅋㅋㅋ
나중에 울 아들이 혹시나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삐쭉 할거야 아마도

동안 두 번의 편지
두 세 번의 수신자 부담 전화
인터넷상의 글과 꺼렁지로 근황을 알 뿐

.

.

.


아침에 눈을 뜨니
아들의 얼굴이 남아있다

꿈에 보인 아들의 얼굴이 마음에 걸려
꿈에 누군가가 보인다는 것은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니까...

며칠만에 육군홈피에 들어가니
어설픈 총기사고로 숨진 보도가

허거걱 눈 튀 나오게 하네 ...ㅠㅠ

것도 30 연대에서 난 사고
울 아들은 25연대...

아마도 비상 걸렸지 싶다
불똥 튈끼다 안봐도 비됴다 이런건

아들에게 글을 남기며
가슴 한 켠에 여며둔 사랑이 치 솟는다

순간...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
서성이던 식탁에 주저 앉는다

외로움에 어깨 떨어 본 적 있는가
외로움에 이렇듯 당황한 시간을

가져본 적 있는가...

아들에겐 그랬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그래서 네 것으로 만들어가는

훈련생활을 즐기라고

근데... 난 뭐야 이게
피할 수 없어 오늘을...
오늘을 외로움의 바다에 빠뜨리다니

난 무늬만 엄마 인가봐...

 

 

 

 




아이야 /10월29  

되도록이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려했었다
함께 영화도 보고 저녁도 먹고 ...

눈물 보이지 말라고 하는 말 들
그냥 주위에서 주워 들은 소리였었지 그건

그래... 울지 않으려 했었지
조용하고 여린 녀석이라 더 울지 않으려 했었지 ㅎ

13시 입소 올라가는 동안 내내
예고 없이 올라오는 울컥거림은 그나마 내릴 수 있었는데
시간이 다가 올수록 그 증상은 빈도가 더 심해지더니


급기야 보내야 될 시간엔 자제도 절제도 할 수 없는

강제성의 역류로 하여 눈물의 바다는 넘쳐 흐르고 만다

피의 역류를 아는지 나의 손을 꼭 잡아 주는

나의 아들 옆에서 기다렸다는 듯 나의 바다는 흐른다

입소행사를 마치고 눈 앞에서 아이를 보게되는 시간은 비수처럼 멈추고야 만다
아이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아쿠...순간 벌러덩 자빠지는 나의 형상

가슴이 운다 ...

뻥 뚫린 가슴에 허공을 치는 울림의 소리를 들으며
내 잘못 입니다를 연신 외칠 수 밖에 없었다

너 에게 나는 잘못 한 것이 많아 가슴에 빛을 지고 살았지만

절절이 느껴야 하는 오늘 이 순간에는
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 가슴에 묻어야 했던 것 들을 토해 낼 수 밖에 없다

나의 눈물로... 잘 하지 못했던 것 들
나의 모진 인생에 너를 빠뜨린 나의 실수 들
이 모든 것들을 용서 바라는 마음 뿐 이리...

아이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 이렇게도 멀 줄이야
너를 그 먼 곳에 두고 오는 내 마음이 이렇게도 아플줄은 몰랐어

눈 자위가 벌겋게 물들은 네 얼굴을 보며
내 잘못을 알았지 ...
내가 잘못 키웠구나 ...
내가 너를 강하지 못하게 키웠구나 ...

이 말만이 내 가슴을 치면서
눈물의 바다를 흘러간다

넌 여리지만
결코 너의 사고는 바르다는 것을 알기에 너를 믿는단다
그 확신과 믿음에 무거운 마음을 내려 놓으며

언제나 나의 영혼은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을 기억하렴

너를 그 곳에 두고 집에 들어 서니 ...
네 모습이 아련거려... 앉을 수 가 없어서

 

홀로이... 갓바위에 올라
백팔배를 올리며...
멋진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라고

 

너를 그렇게 키운 것은 ...
그 순간만은 그렇게 여리고 약하게 키운 것이

이렇게 아플줄은...
모두 내 잘못 이라고...

아이야
너의 영혼엔 언제나 내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

 

 

 

 





11/17 일 토요일  

네가 보낸 사진을 보고 네가 보낸 편지를 받고
너 사진을 보고 첨엔 얼마나 웃었던지 ㅋㅋㅋ 어벙한 폼이 너무 웃겨서

남해보리암을 다녀 오던 중 네 편지 왔다는 전화를 받고
휴계소에서 네 편지를 읽어라고 했는데
미소가 읽어주는 동안 가슴이 또 울컥 거려서 ... ㅠㅠ

집에 오자마자
네 사진을 보구선 엄마 뒤집어 졌데이~ ㅋㅋㅋ

이뿌고 건강한 모습을 보니
안심도 되고 암튼...

네 전화를 받은 날도 안심과 걱정이 교차하여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했구망

오늘 말이야~
오늘 육군 훈련소에 들어가 네 사진을 보았어

첨엔 못 찾아서 당황 했는데
천천히 찾으니 네가 있더라구 ㅎㅎㅎ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니 ㅎㅎㅎ

그래서 지금 기분이 매우 좋아

 

 

 

 





행복 보다는 / 4월 24일  

평화...
평화로움을 온 몸에 휘감았을 때에

비로소
안도의 긴 숨을 들이 마신다

평화...
그 아름답고 행복한 단어

그리고 그 느낌들
평온이 주는 것 들 과는 달리

튼튼하게 뿌리내린
안정감과 고요

미소로 덧칠하지 않은
침묵의 부드러움 인 듯...

파도 갈매기 바람
이 모든 것 들을 무시 외면 한 듯

오로지 혼자만의 고요를
잔잔한 바다위에 누이며

나는...
이 것을 행복이라 노래한다

사람이 주는 것 들의 아름다움을 본다
또 다른 모습의 아름다움이 흐른다

혈관을 따라 흐르는 평화가 서러워
목에 걸린 행복을 꺼이꺼이 삼키는

울지 않으려 한 위선이 나를 또 삼키고만다

싫다...
이러는 내가 싫다고 거부하기조차 싫은 시간들은

며칠째 올라오는
내 목에 걸린 울음을 야금야금 삼킨다

진실이 무엇 이었을까를
반문하기엔...

이미 알아버린
가슴이 울고 있었기에

감당할 수 있는 행복보다는
거부할 수 없는 평화를 사랑하고 싶다 

 

 

 

 




평온의 바다 / 1월31일 

 

접었다 펴기를
수 도 없이

그 질기던...

연 줄의 퍼즐들과
삐걱 거리던 날개

지우고
다시 돌아서서 담아야 했던

기억의 바다는

밝은 햇살 강하게
바람살을 가르며 비상한다

포용과 질시
냉대와 관용의 바다는 이제 고요하다

파도의 분노
햇살의 질투는 바다에 흘려버렸다

퍼즐처럼 어려웠던
바다로 가는 길

바다를 본다
평온이 흐른다

기억의 바다에
햇살받아 내려오는 웃음이 있다

바다의 평온을
욕심껏 안아본다


거슬러 오르지 않을
행복을 훔쳤나보다

두 손에 움켜진 웃음을
기억의 바다에 내려놓으며 

 

 

 





초연의 바다 /1월 29일


초연의 바다
바람이 쓸어내린다

이미 예고된
이별의 바람을 돌아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거슬러가고 있다

그리움의 바다에
바람이 쓸고간 흔적은

이제...
투명하다

유리가면을 쓴 채
사람들의 시선속에 갖혔지만

가면속의 얼굴을
볼 수없는 나는

투명함으로
초연의 바다를 바라본다

바람이 쓸어내리는 얼굴
열정이 아파한다

바다를 부른다
가슴을 도는 바람에
휑 하니 밀려나는 것들

두 팔 벌린 채
허수아비 되어 바람을 맞는다

펄럭이는 옷자락이
살점과 함께 떨어진다

말라버린 눈물
바람의 유희가 여유롭다

초연의 바다
파도에 바람이 어울려 우는 영혼

허공에 찢기는 기억
바람에 돌아서는 바다

그리움의 바다
기억의 바다 오열하는 바다
바다의 기억을 지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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