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 다음 날
아침 식사 후
안개가 짙은 동학사를 찾는다
어제 쏟아진 눈이 단풍나무 위에 앉아
가을과 겨울을 입고있음에
단홍의 낙엽에 다시 심쿵
어제 내린 첫눈이 제법 쌓일 정도로 왔음에
고요한 산사의
눈 내린 아침
돌담... 무수한 언어를 간직한 하 나 하 나의 언어 돌담
돌담과 단풍의 밀어... 까지
마치 삶은 이렇더라~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몽실몽실
눈 앞에 서본다
단풍의 마지막 절규
낙엽의 합창이 저리도 요염하고 소란스러울 수가
어제 내린 눈
단홍의 가을이 나란히
동학사 행보를 마치고 대청댐으로 향한다
오늘 안개가 유난히 짙다
메타쉐콰이어의 고고한 빛에 또 끌린다
유혹
후드득 떨어지는 눈송이가
머리 위에 발 앞에 소리 내어 떨어진다
흠칫 놀라 고개 들어본다
나무에 쌓인 눈이
마치 눈이 내리 듯 떨어지고 있다
옷은 눈송이만큼 가볍게 젖어들고
차가운 기온에도 목덜미가 젖어온다
대웅전에 들어가 머리를 낮추며
언제나 이 듯
무념처럼 이 듯
분신을 향한 무념 뒤의 간절한 기도를 올리며
어제 나선 길, 첫눈이 펑펑 내리고
안개 짙은 산사
이른 시간의 산사를 걷고
대청댐을 휘돌아